[] 시사매거진 칼럼 [김광웅의 법률산책 - 중혼적 사실혼과 법적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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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3-0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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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는 이성과의 만남이 과거와 달리 다양한 형태로 수시로 이루어진다. 기존의 결혼생활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인연과 만남에 설렘을 느껴 성급하게 부부관계의 실체를 형성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관계를 법적으로는 중혼적 사실혼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듯이, 중혼적 사실혼도 결국 이별을 맞이할 수 있다. 이별의 순간이 오면 감정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법적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A씨는 오래전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지내다가, 5년 전 아내와 수년간 별거 중인 B씨를 만났다. B씨는 조만간 아내와 이혼할 예정이지만, 아직 이혼하지 않았으므로 이혼 후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A씨와 B씨는 먼저 동거부터 시작하여, 5년 동안 사실혼 부부처럼 지내며 슬하에 아들 1명을 두었으며, 사실혼 남편 명의로 많은 재산도 형성했다. 그러나 최근 B씨가 외도를 하였고, 이를 알게 된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B씨는 사실혼 파기를 선언하고 집을 나갔다.
이 경우, A씨는 불륜을 저지른 사실혼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을까? 친권자 및 양육권자는 어떻게 결정되며,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까?
중혼적 사실혼이란, 한쪽 또는 양쪽 당사자가 이미 법률혼 관계에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중혼적 사실혼에서 사실혼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저질러 관계가 파탄된 경우, 위자료 및 재산분할이 가능한지에 대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법적 보호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법률혼이 사실상 파탄 상태에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호를 인정한다. 예를 들어, 법률혼 배우자가 약 4년간 행방불명 상태였고, 그동안 중혼적 사실혼 배우자와 2년간 동거한 경우,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파탄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하여 특별한 사정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법률혼이 사실상 파탄 상태였다면, 사실혼 배우자가 외도를 하여 사실혼 관계가 파탄된 경우에도 일반적인 사실혼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며, 재산분할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상대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상간남·상간녀를 상대로 별도의 상간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혼이 사실상 파탄 상태가 아니라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중혼적 사실혼에 해당하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가 인정되지 않으며, 상간자에게도 상간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위 사례에서 B씨가 법률혼 배우자와 5년간 단순 별거 상태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법률혼이 사실상 파탄 상태였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따라서 A씨의 경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중혼적 사실혼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즉, 외도로 인해 사실혼 관계를 파탄시킨 B씨에게 위자료 소송이나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비록 중혼적 사실혼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법적 책임은 법률혼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친권자 및 양육권자를 결정할 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친권 및 양육권을 결정하며, 상대방 배우자에게 양육비 또한 지급해야 한다.
사랑은 감정의 문제이지만, 결혼과 사실혼은 법적인 영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법률혼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었다가 그 관계가 깨지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실혼 배우자는 감정적 상처뿐만 아니라 재산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사랑의 감정에 도취되어 법적 관계를 간과한다면, 그 대가는 예상보다 클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면 먼저 과거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에만 치우치지 말고, 마지막 순간까지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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