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웅의 법률산책] 조정이혼, 협의도 재판도 아닌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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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4-1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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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결심한 부부가 이혼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경우, 곧바로 이혼소송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감정적 갈등이 깊은 상황에서 곧장 재판상 이혼 절차로 진행하는 것은 부부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혼소송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소송 과정에서의 극심한 감정 대립으로 인해 이혼 후에도 자녀 양육, 면접교섭, 재산 분할 등 실질적인 문제에서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절차가 바로 조정이혼이다. 특히 황혼이혼인 경우에는 부모 간 대립을 완화하고,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향후 양육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협의는 어렵고, 소송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 조정이혼이라는 제3의 길을 고려해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사례를 통해 조정이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A씨는 결혼 직후부터 배우자와 함께 파주시에 거주해왔다. 약 3개월 전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한 갈등 과정에서 가정폭력까지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배우자는 법원으로부터 임시접근금지 결정을 받았으며, 결국 집을 나가 현재는 김포시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거주하고 있다. A씨는 배우자와의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으며, 위자료, 자녀의 친권 및 양육권, 양육비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다만, 재산분할 기여도에 있어서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어 현재로서는 원만한 협의이혼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의 조율이 개입된다면 재산분할에 관해서도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우, A씨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원만하게 이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정이혼은 가정법원이 주관하는 조정 절차를 통해 당사자 간 이혼과 관련한 쟁점을 조율하고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협의이혼의 자율성과 재판상 이혼의 법적 안정성을 절충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조정위원 또는 조정 판사의 중재 아래 당사자 간 감정적인 충돌을 줄이고, 조율이 필요한 쟁점에 집중하여 실질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전문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당사자가 법원에 직접 이혼조정신청을 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그 절차를 간단히 설명하면, ① 관할 가정법원에 이혼조정신청서를 제출한다. ② 가정법원에서 조정기일을 지정하는데, 보통 신청서 접수 후 약 2~3개월 이후이다. ③ 조정기일에 양 당사자가 출석하여 조정위원 또는 조정판사의 중재 하에 이혼여부, 재산분할, 위자료, 친권자와 양육권자, 양육비 등에 대해 협의한다. ④ 조정이 성립되면 조정조서가 작성되며, 이 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만약 조정이 불성립될 경우 자동으로 재판상 이혼소송으로 이행된다.
사례에서 A씨는 조정이혼 신청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관할 법원은 일산 소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가사부이며, A씨는 해당 법원에 이혼조정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미성년자 자녀가 있다면 ‘자녀양육안내’교육을 반드시 이수하여야 하며, 신청서 접수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조정기일이 지정된다. 조정기일에 양 당사자가 출석하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조정이 성립되면 이혼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조정이 결렬되면 재판상 이혼소송으로 전환된다. 참고로, 조정 시 외도 상대인 상간남이나 상간녀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없다면, 이후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인 상간소송을 별도로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조정이 결렬될 경우 정식 재판 절차로 넘어가게 되므로, 초기부터 이혼전문변호사의 상담을 통해 자녀 양육권, 재산분할 등에 있어 불리하지 않도록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자료를 충분히 준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혼은 단순한 혼인관계의 종료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용기 있는 선택이다. 조정이라는 과정을 통해 감정의 골을 깊게 파기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최소한의 상처로 갈등을 마무리하려는 당신의 태도는 그 자체로 성숙한 결단이다. 비록 지금은 낯설고 막막할 수 있지만, 이 시간을 지나고 나면 더 단단한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혼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문턱일 수 있다. 부디 이혼한 자신을 실패자라고 탓하지 말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