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웅의 법률산책] 이혼시 재산분할, 무엇이 공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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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4-1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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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결심한 부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충돌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재산분할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혼사유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나 성격 차이, 또는 가정폭력 등 다양하지만, 실제 이혼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누가 무엇을 얼마나 가져가느냐’라는 경제적 문제를 피할 수 없다. 특히 재산분할은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결혼생활에 대한 평가와 다름없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다. 누구 덕분에 이만큼 모았는지를 따지게 되고,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는지를 놓고 다투게 된다. 이처럼 재산분할 과정은 경제적 문제인 동시에, 혼인관계의 실질을 되짚는 감정적 충돌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혼은 결국 돈 문제”라는 씁쓸한 말도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례를 통해 이혼 시 재산분할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파주시에 거주하는 A씨는 결혼한 지 20년 차로, 남편과 함께 김포시에서 식당을 운영해 왔으며,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해 왔다. 현재 부부가 보유한 주요 재산은 고양시 일산 소재 아파트 1채와 김포시 상가 1곳인데, 모두 남편 명의로 되어 있다. 이 중 아파트는 남편이 약 10년 전 시부모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다. 최근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이혼을 결심했고, 위자료와 함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아울러 불륜 상대방인 상간녀를 상대로 한 상간소송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남편은 “모두 내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이고 아파트는 내 부모에게서 상속받은 것이니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씨는 과연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까?
실제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될까? 가정법원은 크게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판단한다. 첫째, 혼인 기간 중 형성된 공동재산인지 여부, 둘째, 각 배우자의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이다. 혼인 전에 보유하고 있던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며, 혼인 중에 증가하거나 새롭게 형성된 재산만이 분할 대상이 된다. 혼인중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재산 역시 특유재산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다만, 특유재산을 취득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고, 상대방이 해당 재산의 유지에 기여한 점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기여도에 따라 예외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재산형성기여도는 단순히 누가 얼마나 많은 수입을 올렸는가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전업주부였더라도 오랜 기간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에 힘써왔다면, 이는 경제활동 못지않은 기여로 인정된다. 대법원은 전업주부의 기여도를 일반적으로 30~50%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혼인 기간이 길수록 그 비율을 높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명의자만의 재산’이라는 착각이다. 남편이나 아내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재산이 혼인 기간 동안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상대방에게도 법적으로 재산분할 청구권이 생긴다. 따라서 일방 명의의 부동산, 예금, 임차보증금채권이나 전세보증금채권, 퇴직금, 국민연금, 보험금은 물론, 일방의 빚이라 하더라도 생활비나 공동재산 형성을 위해 부담한 채무라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이혼 당시 재산이 없다고 하더라도 ‘숨겨진 재산’이나 ‘소득 은닉’에 대한 의심이 있다면, 이혼 소송 중 재산명시 신청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무에서도 배우자가 재산을 제3자 명의로 돌려놓거나, 현금으로 은닉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는 반드시 이혼 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은닉한 재산을 찾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A씨의 경우, 비록 아파트와 상가 모두 남편 명의로 되어 있지만, 20년이라는 혼인기간 동안 A씨가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고 식당 운영에도 기여한 점을 고려하면,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특히 상속받은 아파트의 경우에도, 비록 특유재산에 해당하더라도 상속 시점으로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하였고, 그 기간 동안 아파트 가치 상승과 유지에 A씨의 기여한 점이 인정될 수 있다. 가정법원은 명의보다는 실질적인 재산기여도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A씨는 남편 명의의 재산에 대하여 40% 이상의 기여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 문제는 단지 돈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혼인생활의 결과에 대한 평가이자,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감정적으로 얽힌 상태에서 억울함을 안고 포기하게 된다면, 그 상처는 후에도 오래도록 남게 된다. 재산분할은 협의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지만,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재판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이혼은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인생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다. 그 출발선에 서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몫을 제대로 챙기는 것부터가 시작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