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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매거진 칼럼 [김광웅의 법률산책 - “바람은 확실해요”만으론 부족, 핵심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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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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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의 법률산책] “바람은 확실해요”만으론 부족, 핵심은 ‘증거’

“아내가 바람피운 건 확실해요. 그런데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도대체 뭘 얼마나, 어떻게 모아야 하죠?”

상간소송 상담을 하다 보면, 의뢰인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부분이 바로 증거 문제이다.

배우자의 외도는 감정적으로는 분명히 확신할 수 있어도, 법원이 인정할 만한 증거로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원고가 모든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상간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 또 그것을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사례를 하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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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운정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상간녀와 주고받은 다정한 문자메시지를 다수 발견했다. 이에 A씨는 남편을 추궁했지만, 남편은 상간녀가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일 뿐 불륜 관계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이후 A씨는 전문 탐정을 고용하여 남편과 상간녀가 김포의 한 카페에서 함께 있는 장면을 촬영했다. 문자에는 ‘사랑해’, ‘보고 싶어’ 같은 감정 표현이 있었지만, 육체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은 없었다. 이 경우 A씨가 확보한 증거만으로 상간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을까?

상간소송에서 원고가 입증해야 할 요건은 두 가지이다.

첫째, 배우자와 상간자(상간남 또는 상간녀) 사이에 혼인 중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점과

둘째, 상간자가 상대방이 기혼자임을 알면서도 부정행위에 가담했다는 점이다.

가정법원이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증거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텔이나 호텔의 출입기록이나 CCTV 영상은 매우 유력한 간접증거로 평가된다. 특히 심야 시간대 출입이 반복되거나 장시간 체류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기록은 육체관계를 암시하는 표현, 구체적인 만남의 약속, 성적 언급이 포함된 경우에 한해 유력한 증거가 된다.

셋째, 사진이나 동영상 역시 결정적인 정황을 담고 있다면 중요한 증거가 된다. 상간자가 배우자의 주거지에 출입한 장면, 신체 접촉이 담긴 장면, 숙박업소 내에서 촬영된 정황 등은 부정행위 입증에 효과적이다.

다만 이러한 증거를 수집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불법 촬영, 통신비밀 침해, 명의도용 등 위법한 방식으로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배제될 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상간자의 집에 무단 침입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무단으로 해킹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증거는 반드시 적법한 방법으로 수집해야 하며, 부족할 경우 법원을 통한 증거보전 신청이나 사실조회 신청 등의 절차를 활용해야 한다.

사례로 돌아가 보자. 상간소송에서 요구되는 두 가지 요건 중, 부정행위 자체는 어느 정도 입증되었으나, 상간녀가 남편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 상간녀가 “남자가 자신을 돌싱이라 소개했다”고 주장하면, 이를 반박할 방법이 없다. 최소한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에서 ‘아내’나 ‘가족’에 대한 언급이라도 있어야 해당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

한편, 상간소송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1,000만 원~3,00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부정행위, 혼인 파탄에 미친 영향, 상간자의 태도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특히 상간자가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경우보다, 소송 과정에서 거짓 해명이나 조롱 섞인 태도를 보인 경우에는 위자료 액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상간소송은 사랑의 배신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 ‘증거의 싸움’이다. 분노나 상처가 아무리 커도 그것만으로는 법정에서 위자료 한 푼도 받아낼 수 없다. 요즘은 감시 앱, 위치추적기, 몰래 녹음기 같은 도구들이 넘쳐나지만, 불법으로 얻은 명백한 증거보다는, 적법하게 수집한 그럴듯한 정황 증거가 법정에서는 더욱 추천된다.

필자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렇게까지 애써서 불륜을 감추느니, 그 정성으로 가정을 지켰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랑이 식는 건 어쩔 수 없어도, 예의와 책임까지 내려놓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오늘 밤, 배우자의 휴대폰을 뒤지기 전에,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쯤 꺼내 보는 건 어떨까. 거기엔 증거도, 위자료도, 상처도 없이, 한때 분명히 존재했던 ‘우리’가 담겨 있을 테니까.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