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상간 형사 성범죄 부동산사기 전문 - 법률사무소 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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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매거진 칼럼 [김광웅의 법률산책 - “아이도 아빠가 필요하죠. 하지만…” 면접교섭권, 법원은 어디까지 허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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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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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의 법률산책] “아이도 아빠가 필요하죠. 하지만…” 면접교섭권, 법원은 어디까지 허용할까

“아이에게도 아빠가 필요하다고요? 그런데 아이 아빠가 집을 나가며 아이 앞에서 저를 ‘미친 사람’이라고 했어요.

”이혼 소송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특히 상대가 외도를 했거나, 폭력을 휘둘렀던 전력이 있다면

“그런 사람과 아이를 만나게 할 수 없다”는 감정적인 반발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법적으로 면접교섭권은 단순히 ‘부모의 권리’로만 보지 않는다. 자녀가 부모와의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자녀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면접교섭권은 어떤 경우에 제한되거나 변경될 수 있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면접교섭권의 제한 및 변경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한 사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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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의 상습적인 불륜과 가정폭력으로 상간소송과 함께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중학교 1학년 딸과 함께 친정이 있는 파주시 운정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남편은 이혼 소송 진행 과정에서 “아이만큼은 꼭 만나야 한다”며 면접교섭을 강하게 요구했다. 문제는, 남편이 과거에도 아이 앞에서 A씨를 ‘미친 여자’라고 모욕하는 등 언어폭력을 일삼았고, 심지어 김포의 한 식당에서 불륜 상대 여성과 아이를 함께 동석시키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아이는 면접교섭 자체를 완강히 거부했고, 이후 진행된 심리상담 결과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심각하다는 소견이 제출되었다. 이에 A씨는 가정법원에 면접교섭권 제한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재판부는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당분간 면접교섭을 중단하도록 결정하였다.

사례에서 보듯, 가정법원은 면접교섭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하면서도 그 행사가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 그 판단의 핵심 기준은 오직 하나 ‘아이에게 해가되는가’이다. 대표적인 제한 사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전력이 있는 경우다. 이때의 폭력은 단순한 신체적 폭행에 그치지 않고, 언어폭력이나 정서적 학대도 포함된다. 아이 앞에서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위협적인 분위기를 반복적으로 조성한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면접교섭 자체가 자녀에게 심리적 불안정을 유발하는 경우다. 실제로 자녀가 면접을 앞두고 불안장애, 분리불안, 우울 증세 등을 보일 경우, 심리상담사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진단을 바탕으로 제한이 결정되기도 한다.

셋째, 유책배우자가 자녀와의 접촉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 경우다. 예를 들어, 면접교섭 중 상대방 배우자를 반복적으로 비방하거나, 부정행위 상대방인 상간남·상간녀와 자녀를 동석시키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경우다. 이는 자녀의 정서에 혼란을 주고 안정감을 해치게 되어, 법원은 이를 엄중하게 바라본다.

실무에서는 면접교섭 제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가사조사, 전문가 면담, 심리상담센터의 소견 등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단순히 자녀가 “만나기 싫다”고 말한다고 해서 바로 제한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부모 중 한쪽이 자녀에게 특정 감정을 주입하거나 진술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어, 법원은 자녀의 말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심리상담센터의 소견이나 전문가의 중립적 평가가 자녀의 정서 상태나 부모와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며, 그에 따라 면접교섭의 방식이나 시기를 조정하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면접교섭 문제는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보다 오히려 양육자와 비양육자 사이의 감정 대립이 가장 치열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다. 그러나 법원은 철저히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전 배우자에 대한 감정이나 과거의 유책 사유만으로 면접교섭을 일방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 반대로, 자녀에게 해가 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입증된다면, 면접교섭의 제한이나 변경은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감정적으로만 대응하기보다는, 실제 면접교섭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자녀의 반응을 객관적인 자료로 수집해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이혼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면접교섭 문제를 조정해 나갈 것을 추천한다.

필자는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그토록 애써가며 면접 날짜를 정하고, 서로를 탓하는 데 쏟는 에너지를 아이의 하루에 조금만 더 써줬다면 어땠을까.

함께 살 수 없게 된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여전히 두 사람은 세상에 하나뿐인 부모이다. 오늘 밤, 전 배우자를 향한 억울함과 분노가 밀려올 때, 아이의 어릴 적 사진 한 장쯤 꺼내 보는 건 어떨까. 그 안에는 판결도, 비난도, 면접교섭 일정도 없이 부모를 세상의 전부로 믿던 작은 눈빛 하나가 남아 있을 테니까.

신혜영 기자 gosisashy@sisamagazine.co.kr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