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칼럼 [김광웅의 법률산책- 협의이혼이나 조정이혼에서 정한 양육비, 변경소송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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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8-2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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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이혼 당시 합의한 양육비로는 이제 턱없이 부족합니다. 증액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자녀가 자라면서 교육비와 생활비가 늘어나면, 양육비 증액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필자를 자주 찾는다. 양육비는 한 번 정했다고 해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며, 일정한 사정 변경이 있으면 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경우에 ‘사정 변경’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증액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다.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5년 전,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을 맡으며 전 배우자와 조정이혼을 했다. 당시 합의에 따라 전 배우자는 매달 7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했고, 이 내용은 조정조서에 명시됐다. 당시만 해도 A씨는 7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아들이 중학생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학원비, 급식비, 교통비에 더해 스마트기기 구입비와 교육 콘텐츠 이용료 등 새로운 지출이 늘었다. 매달 50만 원 이상 추가 부담이 발생했지만, 파주시 운정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전 배우자는 “처음 약속한 대로만 줄 수 있다”며 거절했다. 식당 경영이 안정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증액을 끝내 거부한 것이다. 결국 A씨는 가정법원에 양육비 변경 심판을 청구했다.
법적으로 양육비 변경은 민법 제837조 제5항과 가사소송법 제2조에 근거한다. 여기서 핵심은 ‘사정 변경’이다. 사정 변경이란 양육비를 처음 정한 이후, 경제적 상황이나 자녀의 양육 환경이 실질적으로 달라진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성장하면서 학원비·급식비·교통비 등 교육·의료·생활비가 현저히 늘어난 경우, 물가 상승률이 높아 기존 금액이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 양육자 또는 비양육자의 소득·재산이 변동된 경우, 예상치 못한 치료비나 특수교육비가 발생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법원은 양육비 증액 여부를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먼저 양육자의 경제 상황, 즉 소득·재산·부채·생활수준을 확인하고, 비양육자의 근로·사업소득과 재산 보유 현황도 함께 고려한다. 자녀의 나이와 필요 비용도 중요한데, 학년이나 진학 여부, 특수교육의 필요성 등이 모두 반영된다. 여기에 물가 변동, 특히 소비자물가지수나 교육비 지수 변화도 참고하며, 합의 당시 예측하지 못했던 특별 사정, 예컨대 자녀의 질병, 해외 유학, 특기 교육비 발생 등도 사정 변경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실무상 법원은 ‘가사사건양육비산정기준표’를 기초로 삼지만, 단순히 표준액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개별 사건의 특수 사정을 세밀하게 반영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양육비 증액을 청구하려면 ‘현재 지급되는 양육비로는 자녀 양육에 현저히 부족하다는 객관적 증거’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효과적인 자료는 최근 1~2년간의 교육비·생활비 영수증, 의료비 청구서, 학원비·교재비·교통비 내역서 등 구체적인 지출 내역이다. 여기에 상대방의 소득 자료, 예를 들어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사업소득신고서, 재산세 과세증명서 등을 확보하면 법원 설득력이 한층 높아진다.
사례에서 가정법원은 먼저 자녀의 연령 증가와 그에 따른 교육비 상승을 명백한 사정 변경 사유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비양육자인 전 배우자의 소득이 이혼 당시보다 상당히 증가한 사실까지 확인된다면, 이러한 경제적 변화 역시 고려되어 양육비 증액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양육비 증액 청구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오해도 있다. 첫째, 단순히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증액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물가 상승이 실제로 자녀 양육비 지출 증가와 직접 연결되어야 한다. 둘째, 비양육자의 소득이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증액 사유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증가분이 자녀의 복리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증액 청구 시점이 늦어지면 소급 지급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사정 변경이 확인되면 가급적 신속하게 청구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육비는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부모가 끝까지 나누어 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다. 이혼 당시 정한 금액이 시간이 흐르며 현실과 어긋난다면, 그것은 부모 모두가 양육 책임을 다시 조율해야 한다는 신호다. A씨처럼 생활이 한계에 부딪힌 뒤에야 법적 절차를 밟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미리 이혼전문 변호사와 상담해 자료를 준비하면 훨씬 원활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이의 성장에는 멈춤이 없듯, 양육비도 현실에 맞게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 합의한 금액이 절대선이라고 믿고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녀에게 돌아간다. 사랑은 변할 수 있어도, 아이를 키우는 책임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오늘 내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헛된 지출이 아니라,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잊지 말자.
박희남 기자 dlghsdldirl@naver.com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