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상간 형사 성범죄 부동산사기 전문 - 법률사무소 율민

율민소식

[] 시사매거진 칼럼 [김광웅의 법률산책 - 별거 10년 후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은 어디까지 인정되나]

페이지 정보

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8-25

본문

“남편하고는 10년 넘게 따로 살았어요. 연락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 이혼하면서 집을 반 나누자고 하네요. 그게 말이 되나요?”이혼 소송 상담을 하다 보면, 이처럼 ‘별거 기간’과 ‘재산분할’을 둘러싼 질문을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 혼인생활은 사실상 종료되었지만 법적으로만 혼인 상태가 유지된 채 오랜 시간이 지난 경우,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을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사례를 보자.

10년 전, 파주시 운정에 살던 A씨 부부는 혼인 8년 만에 감정이 완전히 틀어져 별거에 들어갔다. 이후 10년간 서로 연락도 거의 없었고,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독립된 생활을 해왔다. 아내 A씨는 자녀 둘을 홀로 양육하며 김포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했고, 고양시 일산에 본인 명의로 소형 아파트도 마련하였다. 남편은 지방에서 건설 관련 사업을 하며 따로 거주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A씨 명의의 아파트까지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아내는 “10년 전부터 각자 살았고, 내가 벌어서 산 집인데 왜 지금 와서 그 집까지 나누자고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의 대상을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혼인 중’이라는 표현은 현실과 괴리될 때가 많다. 법률상 혼인관계는 유지되었더라도, 실질적으로 혼인생활이 종료된 상태(즉, 사실상의 이혼 상태)라면, 그 이후 취득한 재산까지 모두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판례는 일반적으로 재산분할의 기초가 되는 재산 형성 시점을, 부부 간 협력과 기여가 있었던 혼인 기간으로 본다. 따라서 별거 이후에도 부부가 일정한 방식으로 협력해 재산을 형성했다면, 해당 재산은 여전히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부부 간 협력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일방이 단독으로 축적한 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A씨 사례처럼, 10년간의 별거 기간 동안 부부가 각자 경제활동을 하며, 한쪽이 상대방의 재산 형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 그 이후 취득한 재산은 ‘혼인 중 형성된 공동재산’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경제적 분리가 명확한 경우, 가정법원은 사실상 혼인이 종료된 시점, 즉 별거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의 범위를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별거가 있었다고 해서 이후의 모든 재산이 자동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산이 공동명의로 유지되었거나, 생활비 제공 등 일정한 경제적 교류가 지속된 경우에는 혼인관계의 실질적 지속성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혼인 기간이 아니라, 실질적인 협력 관계의 존재 여부와 그 기간 동안의 재산 형성 경위다. 실제 재판에서는 혼인 파탄 시점, 별거의 경위, 경제적 독립 여부, 재산 명의와 자금 출처, 각 배우자의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산분할의 범위를 판단한다.

이혼을 앞둔 부부 입장에서 “별거했으니 내 재산은 내 것”이라거나 “법적 혼인 상태였으니 모든 재산을 반반 나눠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재산이 누구의 노력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과 입증 자료를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따라서 오랜 별거 이후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동안의 재산 형성과정과 생활 양상, 경제적 독립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시점은 법적으로도 쟁점이 많은 부분이므로, 이혼전문변호사의 조언을 미리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

사랑은 오래전에 끝났어도, 재산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될 수 있다. 함께 살진 않았지만, 그동안 벌어들인 돈은 여전히 ‘공동’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시간보다 ‘기여’다. 법은 언제나 그 지점을 따져 묻는다. 별거가 길었다고 모든 재산이 각자의 몫이 되는 것은 아니며, 같이 살지 않았더라도 삶의 무게는 겹쳐져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느냐’다. 그 준비가 결국, 내가 지켜야 할 몫을 결정짓는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