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불황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소시민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꾸기 위하여 로또 복권을 구입한다. 필자도 당첨 이후의 생활에 대하여 멋진 상상을 하며 로또 복권을 구입하곤 한다. 필자는 이혼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관계로 만일 로또에 당첨된 다음 이혼을 한다면 로또 당첨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될까, 라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게 된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번 알아보자. 


A씨는 수년 전 실직을 당하여 아내로부터 수시로 이혼하자는 얘기를 듣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지내던 중 최근 당첨금 10억 원의 로또에 당첨되었다. A씨는 당첨금을 받는 즉시 이혼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던 아내와 이혼하고 싶은데, 이혼하게 되면 당첨금을 아내에게 재산분할 해야 하는지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A씨는 꽃놀이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A씨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먼저 A씨가 아내와 이혼을 원한다면 이혼하고 당첨금을 아내에게 재산분할로 나누어 주지 않아도 된다. 아내가 당첨금을 주지 않으면 이혼 할 수 없다고 나오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난 수년간 실직한 남편에게 수시로 이혼하자고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한 사실을 입증하면 배우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혼인파탄 사유로 하여 A씨는 이혼판결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복권 당첨금은 아내에게 나누어 줄 필요가 없다. 복권당첨금은 당첨된 자의 특유재산이라는 것이 판례이며 당첨 후 바로 이혼하는 경우 당첨금에 대한 아내의 기여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비록 아내가 이혼 운운하였지만 복권에 당첨된 이상 그 동안 고생한 아내를 호강시켜주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아마도 아내가 더 이상 A씨를 무시하지 않고 잘 대해 줄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세월이 경과한 후 A씨의 마음이 변하여 이혼을 하게 된다면 당첨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내에게 나눠 주어야 하는가? 이 경우에는 당첨금이 비록 A씨의 특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당첨금의 유지에 대한 아내의 기여도가 인정된다면 재산분할 해야 하고 그 기여도에 따라 재산분할 액수가 정해진다. 쉽게 말해 당첨금을 수령한 이후 아내가 정말 열심히 A씨를 내조하였다고 인정되면 그 정도에 따라 아내에개 당첨금을 나누어 줘야 한다. 아내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았으니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법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즐거운 소식보다 우울한 소식만 들려오는 연말연시에 이 정도 상상만 해도 즐겁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 인근에 당첨 잘 되는 유명한 복권 판매점이 있다. 오늘 퇴근길에 나에게 주는 연말 선물이라 생각하고 아내 몰래 복권이나 구입해야겠다. 아내와 이혼할 수 있다는 발칙한 상상을 하면서...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