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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매거진 - [김광웅의 법률산책] 유류분 반환청구, 상속의 공평을 지키는 최후의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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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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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일산에 살던 A씨는 배우자와 자녀 두 명(장남·차남)을 두고 있었다. 생전 김포시에서 사업을 하던 장남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지원했으며, 다른 특별한 증여는 없었다. 사망 직전 A씨는 남은 재산 7억 원 전부를 파주시 운정에 살던 차남에게 주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배우자와 장남은 “우리 유류분이 침해됐다”며 가정법원에 차남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 제1112조는 직계비속(자녀), 배우자, 직계존속(부모), 형제자매에게 유류분 권리를 인정한다. 유류분의 비율은 상속인별로 다르다. 자녀나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부모는 3분의 1, 형제자매는 3분의 1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상속재산이 7억 원이고 배우자와 자녀 둘이 공동상속인이라면,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3/7, 자녀들은 각각 2/7씩이다. 즉, 배우자는 3억 원, 자녀들은 각 2억 원이 원래의 상속분이 된다. 그런데 아버지가 생전에 특정 자녀 한 명에게만 전 재산 7억 원을 증여했다면, 다른 상속인들은 이 법정상속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배우자는 1억5천만 원, 다른 자녀는 1억 원씩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유류분 반환청구가 모든 생전 증여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상속개시일(피상속인의 사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고, 증여나 유언이 피상속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단순한 생활비 지원, 혼수, 학자금 등은 통상 증여로 보지 않는다. 법원은 증여의 ‘상속 전제성’, 즉 가족 재산 전체의 형성과 분배 과정에서 그 행위가 상속 재산을 편중시켰는지를 중심으로 본다.

실무에서는 증여 시기와 목적이 쟁점이 된다. 상속 개시 10년 전의 증여라도 사실상 상속 재산을 미리 나눈 것으로 판단되면 유류분 계산에 포함될 수 있다. 반대로 부모가 사업 실패한 자녀를 일시적으로 돕기 위해 한 금전지원은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또 공동명의 부동산, 보험금, 퇴직금, 예금 명의변경 등도 실질상 증여로 볼 여지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 따라서 유류분 청구를 준비할 때는 부동산 등기부, 예금 거래내역, 보험계약서 등 과거 증여의 흔적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은 판단요소가 복잡하므로 상속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

배우자 간 증여도 마찬가지다. 생전 배우자에게 과도한 재산이 이전된 경우, 다른 상속인(자녀 등)은 배우자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부부 공동재산이라 하더라도, 한쪽 배우자가 사망 직전 재산 대부분을 배우자 명의로 이전했다면 이는 실질적 ‘편중 증여’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부부 공동생활 유지나 생계 목적의 이전이라면 예외로 본다.

사례의 경우 가정법원은 배우자와 자녀의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유류분을 계산한다. 배우자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3/7)의 절반인 3/14, 장남의 유류분은 1/7이다. 즉, 총 7억 원 중 배우자는 약 1억5천만 원, 장남은 약 1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다만 장남은 이미 생전에 1억 원을 증여받았으므로, 그 금액이 유류분에 충당되어 추가 청구는 어려워진다. 결국 차남은 배우자에게 약 1억5천만 원만 반환하면 유류분 분쟁은 종결된다.

유류분 소송에서 가장 큰 실수는 감정만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효자라서 더 줬다”, “그동안 손 벌린 적 없으니 괜찮다”는 말은 법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유류분은 감정의 형평이 아니라 재산의 형평을 다루는 절차다. 결국 누가 얼마를 받았고, 그 이전이 어떤 의도로 이뤄졌는지를 입증하는 싸움이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제한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가족 간 균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생전 증여가 한쪽으로 쏠린다면, 나머지 가족의 상속권은 법이 대신 균형을 맞춘다. 법이 ‘효도’를 판단하지는 않지만, 공평만큼은 지켜준다. 결국 상속에서도 답은 단순하다. 증여는 자유지만, 공평은 법의 몫이다. 살아 있을 때의 정은 기록으로 남기고, 떠난 뒤의 다툼은 절차로 해결하는 것—그것이 유류분 제도의 존재 이유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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