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칼럼 [김광웅의 법률산책] 유책배우자도 ‘양육권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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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4-3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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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바람난 것도 모자라 아이까지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울분 섞인 말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가 되레 양육권까지 주장하는 상황은 감정적으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남편과 아이를 위해 희생해온 세월이 부정당한 것 같은 충격, ‘어떻게 그런 사람이 부모 자격이 있냐’는 분노가 교차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감정만으로 양육권을 결정하지 않는다. 이번 칼럼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양육권 청구가 실제로 가능한지, 가정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한 사례를 살펴보자.
파주시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후 이혼을 결심했다. 부부 사이에는 다섯 살 난 아들이 있었고, A씨는 결혼 이후 줄곧 가사와 육아를 도맡아 왔다. 남편은 고양시 일산과 김포를 오가며 식당과 카페를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지만, 육아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불륜 사실이 발각된 이후에도 “아이는 내가 키우겠다”며 양육권을 주장했다. 남편은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고, A씨는 “외도한 사람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겠다는 거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변에서 “법원은 경제력을 중요하게 본다”는 말까지 더해져 A씨는 더욱 불안해했다. 더욱이 A씨는 상간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상간소송도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가정법원이 양육자를 지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자녀의 복리’다. 유책배우자라고 해서 자동으로 양육권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보다 자녀가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신체적·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라도 자녀에게 안정적이고 일관된 보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 양육권이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피해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양육에 소극적이거나 자녀와의 애착이 약하고 환경이 불안정하다면 양육권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유책사유가 자녀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쳤거나, 불륜 상대인 상간자를 자녀와 접촉시킨 경우라면 이는 명백한 양육 부적격 사유로 작용한다. 자녀를 방치했거나 가정폭력, 언어적 학대가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양육자 지정 소송 실무에서는 양육의 지속성과 일관성, 자녀의 정서적 안정, 주거 및 생활환경, 경제력, 자녀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자녀가 일정 연령 이상일 경우 자녀 본인의 의사가 중시되며, 누가 실제로 자녀를 돌보며 일상적인 양육을 해왔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A씨처럼 아이를 직접 양육해온 이력이 뚜렷하고 자녀와의 관계가 깊다면, 남편의 경제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A씨가 양육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유책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양육자가 되지 못한 경우 면접교섭권은 원칙적으로 인정된다. 이는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부모자녀 간 유대감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녀에게 정신적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제한되거나 배제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면접교섭 거부의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예컨대, 유책배우자가 자녀 앞에서 반복적으로 상대 배우자를 비방하거나, 과거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전력이 있는 경우, 자녀가 면접자체를 명확히 거부하고 정서적 불안을 보이는 경우에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면접교섭권이 제한될 수 있다.
양육권 분쟁은 감정이 격해지기 쉬운 영역이다. 하지만 가정법원은 언제나 ‘자녀의 복리’를 중심에 두고 판단한다. 유책 여부는 참고 요소일 뿐, 결정적인 기준은 아니다. 결국 핵심은 자녀와의 애착관계, 실제 양육의 이력, 앞으로의 양육 계획이다. 양육권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자녀의 미래에 대한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정보다는 자녀의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환경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이혼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친권 및 양육권이라는 민감한 문제에서 자신과 자녀에게 가장 이로운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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