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확정 분양권을 미리 확보했다"며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계약금과 중도금을 편취한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자신을 유명 분양대행사 팀장이라 소개한 인물이 '프리미엄 분양'을 미끼로 투자금을 유도하고, 실체 없는 분양 정보를 기반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잠적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거액의 자금을 날렸다. 하지만 계약 상대방이 실존하지 않는 법인 명의였던 탓에 법적 구제도 어렵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금전 사기를 넘어, 미리 치밀하게 기획된 범행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경각심이 요구된다. 형식적으로 통상 분양 절차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존재하지 않는 분양사업에 대한 허위 자료를 동원해 피해자 신뢰를 끌어내는 것이다.
특히 '특별 공급 물량을 확보해 둔 내부 정보'라거나 '곧 일반 청약이 시작되지만, 지금 계약하면 더 낮은 가격에 입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 등은 전형적인 기망에 해당한다.
분양대행사 직원임을 자처하는 이들이 제공하는 브로슈어, 사업계획서, 가계약서 등은 대체로 정교하게 조작돼 있다. 이를 일반인이 허위인지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분양권은 대부분 실물 자산이 존재하기 전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계약 진정성과 상대방 신원 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은 '정보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다. 실제 분양 일정과 공급 내역은 국토교통부의 '청약홈'이나 관할 지자체 도시계획자료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공식 경로를 통해 △사업 승인 여부 △분양 주체 △시행사 및 시공사 명단을 먼저 확인한 뒤, 계약 상대방의 신분을 교차 검증해야 한다.
또한 단순한 '가계약'이라도 그 자체로 법적 분쟁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금 입금 역시 분양 주체 명의 계좌로 송금하는 것은 필수다. 중개인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 △반드시 등록된 공인중개사 여부를 확인 △이중계약 방지를 위한 거래신고 확인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 법정 서류를 요청해야 한다.
만약 피해를 봤다면 즉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동시에 피해 사실을 토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해야 한다. 형사고소만으로 손실액을 회복하기 힘들어, 재산보전 처분(가압류·가처분 등)을 신속히 진행해 가해자 자산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상황에 맞는 계약 구조와 증거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하면, 향후 소송 전략 수립에도 유리하다.
한편, 실체 없는 법인을 내세워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 명의자와 실질 운영자가 다른 경우가 많다. 아울러 법인을 통한 책임 추궁이 무력화되는 사례도 다수다. 따라서 거래 당사자 신분과 계약서에 날인된 도장, 계좌 명의자, 사업자등록번호, 법인등기부 등본 확인까지 이중, 삼중의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 판례 역시 이러한 사안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3년 유사한 사기 사건에서 "허위 분양 계약을 체결해 투자자를 기망하고 금전을 수수한 행위는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한다. 가해자 고의성과 계획성, 피해자 손실 규모를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문제는 대부분 피해자가 초기에 "내가 당한 것이 사기인지 아닌지"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허위로 조작된 명함과 분양 자료, 그리고 실존하는 업체 이름을 교묘히 도용한 신분 위장 때문에, 피해자는 끝까지 상대방을 믿다가 법적 대응 시기를 놓치기에 십상이다.
결국 부동산 계약은 '형식'보다 '실체'가 중요하다. 누구 소개로 알게 됐는지, 얼마나 유명한 브랜드가 언급됐는지는 아무런 법적 보장이 되지 않는다. 특히 분양권처럼 아직 실체가 등장하지 않은 권리를 사고파는 거래의 경우, 검증과 서류 확인 그리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효과적인 보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신뢰는 계약 전제가 될 수 있어도, 그 자체로 법적 안전장치는 아니다. 분양 사기의 위험성은 여전히 실재하며, 언제든 누군가의 잘못된 믿음을 파고들 수 있다. 지금도 또 다른 누군가가 '절호의 기회'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만은 아닐 거야'라는 안일함이 아니라, 사전에 '의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출처 : 빅데이터뉴스